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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님 오시는 길
저쪽에선 쓸 수 없는 이면을 기록해보기로 한다. 급속도로 사람과 가까워지는 것에는 약간 거부감이 든다.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지 못하면서 너무 많은 면을 드러내는 것도 부담스럽다. 그런데 그런 것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이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중심이 잡혀있지 않아서 때론 자신을 과하게 드러내게 된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도 한다. 이런 과정이 과연 필요한지 곰곰이 생각해봐야겠다.사람과 사람이 가까워지는 속도는 반드시 같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쉽게 마음이 열리지 않는데 억지로 어떤 계기를 만들어서 마음을 연다는 게 그리 자연스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나는 사람이 있다. 문득 떠올라서 잠시 생각하다가 피익 한 번씩 웃곤 했다. 대부분 사람들이 한 번 내 모습을 보는 것으로 관계를 끊는다. 자연스럽게 다음으로 이어질 인연이 아닌 줄 서로 알아보는 거다. 그런데 그 사람은 잊을만하면 한 번씩 안부를 묻는다. 가볍게 단편적인 문장으로 툭 던지는 말이 아니어서 그냥 넘기지 못하고 인사를 받았다.만나서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거나 내게 큰 관심도 없고, 내게 바라는 게 없어서 편안해보였다. 그래서 내가 편해서 좋았다. 세 번 이상 만날 때까지 나를 두고 계산하는 눈빛을 흘리지 않는 그냥 사람 같은 사람과 관계를 이어가고 싶은데 드물게 편안한 사람이어서 드문드문 만나서 밥을 한 번씩 먹었다. 한 번은 차만 마시고, 어제로 세 번째 밥을 먹었다..
어떤 영상상을 보다가 문득 나도 모르게 20대의 화사한 젊음에 마음을 싣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종종 내 나이를 잊고 살지만, 이번처럼 20대까지 갈망하게 되는 경우는 몹시 드물다. 아침에 깼다가 다시 든 얕은 잠에 꾼 꿈의 영향인지 내 감정은 현실을 잊고 20대 중후반의 나이에나 어울릴 것 같은 감정에 빠져들었다.그날 소년 같았던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비오는 날 우산 한 개를 함께 쓰고 걸었던 길에서 느꼈던 정취가 더욱 붇돋웠던 아지랑이 같았던 감정. 봄날 오후, 햇볕이 마루 끝에 온기로 머물러 있는 시각에 마당에 놀던 개도 화단 그늘에서 꾸벅꾸벅 졸 때, 스르르 든 잠에 취한듯 오늘은 종일 아련한 감정에 마음을 싣고 하루를 살았다.웃고, 웃고, 또 웃었다.
2024-11-01엠파스 - 이글루스 - 다음으로 블로그를 차례로 옮긴 다음에 다음에서 운영하는 티스토리에 처음 만든 기록 보관용 블로그 1호.옮기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까 싶어서 보관 창고로만 쓰다가 종종 비공개로 일기를 쓰기도 했던 곳이다. 먼지를 털고 가끔 여기도 흔적을 남겨볼 생각이다. 기존의 블로그와 어떤 것으로 차별화할 것인지 생각해봐야겠다. 여긴 조금 더 무거운 글을 쓸지, 조금 더 가벼운 글을 쓸지 아직 정하진 않았다. 요즘처럼 시간이 있을 때 생각도 다듬고, 책상 정리하듯 블로그도 정리하는 게 좋겠다. 읽는 책과 관련된 이야기나 아예 허구를 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