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님 오시는 길
11월 2일 본문
어떤 영상상을 보다가 문득 나도 모르게 20대의 화사한 젊음에 마음을 싣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종종 내 나이를 잊고 살지만, 이번처럼 20대까지 갈망하게 되는 경우는 몹시 드물다. 아침에 깼다가 다시 든 얕은 잠에 꾼 꿈의 영향인지 내 감정은 현실을 잊고 20대 중후반의 나이에나 어울릴 것 같은 감정에 빠져들었다.
그날 소년 같았던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비오는 날 우산 한 개를 함께 쓰고 걸었던 길에서 느꼈던 정취가 더욱 붇돋웠던 아지랑이 같았던 감정. 봄날 오후, 햇볕이 마루 끝에 온기로 머물러 있는 시각에 마당에 놀던 개도 화단 그늘에서 꾸벅꾸벅 졸 때, 스르르 든 잠에 취한듯 오늘은 종일 아련한 감정에 마음을 싣고 하루를 살았다.
웃고, 웃고, 또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