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님 오시는 길
11월 3일 본문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나는 사람이 있다. 문득 떠올라서 잠시 생각하다가 피익 한 번씩 웃곤 했다. 대부분 사람들이 한 번 내 모습을 보는 것으로 관계를 끊는다. 자연스럽게 다음으로 이어질 인연이 아닌 줄 서로 알아보는 거다. 그런데 그 사람은 잊을만하면 한 번씩 안부를 묻는다. 가볍게 단편적인 문장으로 툭 던지는 말이 아니어서 그냥 넘기지 못하고 인사를 받았다.
만나서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거나 내게 큰 관심도 없고, 내게 바라는 게 없어서 편안해보였다. 그래서 내가 편해서 좋았다. 세 번 이상 만날 때까지 나를 두고 계산하는 눈빛을 흘리지 않는 그냥 사람 같은 사람과 관계를 이어가고 싶은데 드물게 편안한 사람이어서 드문드문 만나서 밥을 한 번씩 먹었다.
한 번은 차만 마시고, 어제로 세 번째 밥을 먹었다. 이제야 조금 편하게 사람을 볼 수 있을 만큼 고개를 들 수 있게 됐다. 편안할 만큼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려주는 사람이 드물다.
나도 어쩌면 어떤 이에게 그런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잘 모르는데 익숙하지 않은데 너무 많은 말을 하고, 너무 빨리 가까워지려고 과한 노력을 하려는 바람에 서로 어려워서 오히려 전혀 가까워지지 못하고 생각만 하다가 멀어졌다. 음식도 천천히 조금씩 씹어서 먹는 습관 들여야 하고, 사람과의 인연에 조급해하지 말자. 그냥 그렇게 가끔 안부 묻고 밥이라도 한 끼 먹을 수 있는 친구가 생기면 고마운 일이지.